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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성장소설이라 하는데...
개인적으로 장르의 취향이라고 해야하나? 성장소설류는 취향의 영역이 아니라서 솔직히 망설여지긴 했다.
하지만, 제목이 친근감있으면서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일단 읽어보기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고보니 단순한 성장 소설은 아니었다.
주인공은 대학 3수 + 공무원 3수 도합 6수를 하며 공무원에 합격했지만 적응되지 않는 조직, 1인 감옥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자리, 같은 팀원임에도 서로 맞지 않는 궁합등 도무지 본인과 어울리는 것이 하나 없는 곳에서 이른바 개고생만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조금씩 적응하려고 노력은 해보지만 사실 본인의 노력이라기 보다는 주변의 동정에 불과한 현실에 마음이 쓰리다. 마치 같은 건물에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나 혼자 떨어져 있는 느낌을 매일 받는다.
세상을 살다보면 덩그러니 세상에 동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꽤나 많이 받으면서 살아간다. 책속에 주인공도 그러했고 이 책을 읽는 나란 존재도 그러했다. 그런데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곱씹어보면 항상 주변사람으로 부터 위로를 받고, 늘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때 들었던 느낌은 잊고 있었던 이런 당연한 부분을 새삼스럽게 알려주는 책이었다라는 것이다. 성장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힐링 소설이었던 것이다.
특히나 이 책이 힐링소설임을 확신 한 것은 이 대목이었다.
매일 5시에 퇴근해서 소주로 시작하는 아빠의 저녁 삶이 그렇게도 싫었던 딸은. 아빠의 그 모습이 사실은 내일의 힘까지 끌어다 썼던 아빠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소모되는 고통을 잠시나마 잊으려고 술을 마셨던 거구나….”
술에 취해 9시면 곯아떨어지는 아빠를 보고 항상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저자는 알고 봤더니 평생 가족이라는 무게를 지고 살았던 아버지의 진실된 모습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때 깨달았던 감정을 표현했는데 참 이쁘고 멋들어지게 써내려갔다.
“그 무게를, 밀도를 전부 담기에는 종이가 너무나 작다”
나도 한때는 정말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티는지도 모르게 지냈던 때가 있었다.
술을 못 마시는 나는 대신에 퇴근후 계속 걸었다. 몇 키로를 목표로 하지 않았다. 그저 힘들어서 쓰러질때까지 걸었다. 기진맥진하여 집에 들어오면 겨우 씻고 잠들었다. 다시 맞이한 아침. 그리고 늘 같은 반복이었다. 내가 짊어진 짐에 대한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어떻게든 살고자 몸부림을 치며 악착같이 버티던 때가 있었다.
저자의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각오로 버티었는지 알 것 같았다. 또한 동시에 그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의 감정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잘 알았다. 이 책은 그렇게 악착같이 버티던 과거의 나에게 위로를 건네주었다. “그때 잘버티었어. 고생했어” 라고 말이다.
그러고보니 이 책 성장소설이 맞나보다.
물론 성장의 주체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Cookie 1.
그런데 이 책의 최대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건 퇴사를 종용한다는 점이다.
아무런 대책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꿈을 위해 일단 회사를 나오라고 하고 있다.
헛된 자신감이 저 멀리서 너도 할 수 있어 라고 손을 흔들며 부추기고 있다.
분명한 것은 사직서를 내고 나면 모른척 떠날거면서 말이다ㅎㅎㅎ
Cookie 2.
더 잘하고 싶은데, 더 잘했어야 했는데.
더 확실하게 아빠의 자랑이 되어 줬어야 했는데.
나에 대해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나 자신에 환멸을 느낀다.
이 대목에서 나는 동질감을 느꼈고,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좋은 땔감을 얻었다.
나도 매번 적당히 성공하고 거기에 안주하며 더 잘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했다.
나이 41살에 이 책을 부여잡고 적당하게 살아온 나를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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