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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매트 헤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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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8일
매트 헤이스 지음 / 노진선 옮김

영국 아마존 종합 베스트 1위 / 20주 연속 베스트셀러 / 영화화 확정


죽기로 결심한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이다.

주인공 노라에게는 안타까운 일만 일어난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리고 애완묘가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직장에서 해고 된다.
이 모든 일들이 죽기로 결심한 하루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주인공은 얇은 인간관계를 갖고 있었다.
죽기로 결심한 날 몇 시간 전 그녀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얇디얇은 인간과계를 포함해 주변 정리를 끝 마쳤다.
그렇게 세상과 등지며 그토록 원하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실 소설은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00:00:00
자정이 되었다.
노라는 처음 보는 도서관에 도착했다.
그 도서관은 특이하게도 노라의 인생이 담겨 있는 책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남자 친구와 헤어지지 않고 결혼 후 인생을 살아가는 책이 있는가 하면..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해온 수영을 계속하면서 국가대표가 된 인생을 담은 책이 있는가 하면..
음악을 그만두지 않고 세계적인 록밴드의 일원이 되어 최고의 스타가 된 인생이 담긴 책.
남극 빙하에 대한 조사를 위해 인생의 일부를 남극에서 보낸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책까지.
등등등

일단 책을 선택하면 그 삶을 살게 된다.
아니 내가 살아보고자 하는 삶을 선택하면 그 책으로 빨려 들어간다.
물론 완벽한 책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다.
원래의 그 삶을 살던 노라는 잠시 사라지고, 지금의 노라가 대신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 삶의 주인이었던 원래의 노라가 아니기에 주변인들은 노라가 달라졌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어떤 책을, 어떤 삶을 선택해도 만족하며 정착하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삶의 의지가 없었기에.
선택한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몇 번의 새로운 삶을 겪어보지만 여전히 후회로 가득했고, 그때마다 다시 자정의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그때 어쩌면 유일했던, 원하는 책을 찾았다.
시행착오 끝에 원래의 노라와 비슷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확신이 들었을 때 아쉽지만 결국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평행우주 같은 여러 가지의 자신의 삶을 살아본 노라는 결국 자신은 죽는 것보다 살아가길 원함을 알게 되었다.
죽음으로 인생을 끝내기보다는 강력하게 살아가고 싶음을 깨닫는다.



이 책을 읽고 내 속에 여운이 많이 남았던 문구가 있었다.
[노라는 자신이 삶을 끝내려고 했던 이유가 불행해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시련을 겪는다.
어떤 사람은 시련 없이 행복한 삶만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남들이 한평생 겪는 시련의 정도를 1~2년 몰아서 겪는 사람도 있다. 시련의 종합 선물 세트를 받은 것처럼 말이다.

나 역시 지난 4~5년은 참 힘들었다.
어떤 점쟁이는 삼재가 끝나고 바로 다시 또 악재가 찾아온다 할 정도였다.
재미로 본 점이었지만, 점쟁이 말을 생각해보면 결국 나는 벗어날 수 없는 악운 속에서 몇 년을 버텨야 했다.
결국 존버는 승리한다고 했다.
지금의 나는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끝내고 서서히 출구가 보이는 듯하다.
조금씩 희망의 빛이 보이고 있었고, 조금씩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비록 금전적으로 많은 어려움과 암이라는 질병을 겪었음에도 내 안에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간 내가 겪었던 끝없는 불행을 그동안 표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읽었던 몇 개의 단어로 그 표현을 대체할 수 있었다.
“이해하기 불가능한 진실도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작년 초부터 내게 일어나는 불행이라는 것들과 싸우는 것이 아닌, 받아들이고 내 일부라 생각하고 같이 공생했다.
그간 겪었던 일들을 저 문장 하나로 전부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내 안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좋아졌다.
그 덕에 지금은 희망을 논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절망의 반대편에서 인생은 시작된다] 샤르트르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힘들었던 그 순간들을 위로받을 수 있었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잠에 들기 전에 책을 읽었는데, 본의 아니게 매번 자정 또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나는 자정의 도서관이라는 곳에서 노라의 인생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내 삶을 돌아보는 내 삶이 가득한 도서관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마무리하면서 이 책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어떤 단어를 골라야 하는지 고민해봤다.
[힐링]이라는 단어를 써야 하나 싶었지만,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얻은 것은 [힐링]이 아닌 [위로]라 하고 싶다.

끝으로 마지막 한 문장을 반면교사 삼고 나라는 사람이 주인공인 이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자 한다.
“지금 길을 잃은 와중에 길을 잃었어. 달리 말하면 완전히 길을 잃은 셈이지.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네가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없어”

+
원하는 삶을 찾고자 한다면 일단 길부터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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