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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야구를 지우다.
야구 이야기로 블로그를 하고 있는 사람이 야구를 지운다?
물론 완전히 ‘보는’ 야구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겠지만,
내 인생 한축을 담당하고 있던 ‘하는’야구를 오늘부로 지웠다.
사회인 야구에 대한 갈망을 도려냈다.
2.
나는 26살부터 약 7년간 사회인 야구를 했다.
7년간 홈런도 치고 컵대회 결승전도 가보고 선출이 있는 1부 리그 팀이랑도 해보는 등.
많은 영광(??)을 누렸다.
컵대회 결승전 아웃카운트 하나 남기고 2루에서 볼을 더듬어 동점을 허용한 추억도 있다.
결국 그 경기를 지면서 준우승했고 나는 2주동안 잠수를 탔다가 형님들한테 디지게 혼났다.
2,5.
지금 내 나이가 39이니 사회인 야구를 안 나간지도 벌써 6년이 되간다.
이제는 사회인 야구를 한 시간과 안 하게 된 시간이 비슷해졌다.
나름 투수, 포수 빼고 전포지션 다 가능했던 수비요정이었는데 이제는 야구 DNA가 사라진 듯하다.
3.
야구를 그만두게 된 것은 약 6년 전 여름.
두통을 동반한 머리 통증으로 병원을 갔더니
의사가 뇌염을 유발할 수 있는 인자가 있으니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몸 관리를 하라고 하더라.
마침 오른쪽 어깨 결림이 있어 1~2주 쉬기로 했는데 이 김에 조금 더 쉬기로 했다.
4.
그 후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쭉 쉬게 되었다.
결국 3개의 팀을 나가고 있었는데 3팀 전부 그만두게 되었고, 그렇게 사회인 야구의 경력은 끝났다.
사실 이렇게 오래 안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길어야 1~2년 쉬다 다시 나가게 될 것 같았는데 살다 보니 사회인 야구보다 중요한 일이 많더라.
5.
사실 작년 전쯤에 복귀하려고 준비를 했었다.
나이가 40을 넘어가면 새로 가입하게 어려울 것 같아서 그전에 들어가려 했던 것이었는데.
글러브를 손보며 팀을 알아보고 있던 중 암에 걸렸다.
6.
그렇게 또 1년이 지났다.
여전히 시간 날 때마다 야용사랑 게임원을 들락거리면서 팀을 알아보고 배트를 검색하다
불현듯 나는 야구를 진심으로 하고 싶어서 알아보는 게 아니라
괜히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알아만 보는 내 모습이 보였다.
사실 하려면 아무 팀이나 들어가도 되고, 용병 게임을 뛰어도 되는데…….
그때 결심했다 ‘이제 사회인 야구는 포기하자’라고.
7.
사람이 살다 보면 좋아하는 일이 있고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하루정도 지나서 생각해보니,
39년 살면서 사회인 야구는 내 인생에서 꼭 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의 시간, 책 읽기, 글쓰기, 게임 등 취미생활을 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여기에 사회인 야구까지 하려니 시간을 만들기도 어렵고, 저 위에 어느 것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더라.
8.
여전히 야구가방 속에는 스파이크(2) 배트(1) 글러브 내야(2) 외야(1) 투수(1) 그 밖에 장비들이 그대로 있는데..
나에게 야구는 직접 뛰는 야구가 아니라 그저 티브이로 경기를 보고 글을 쓰는 소재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이제 그저 그런 소품에 불과했다.
9.
아쉽지만 오늘로 ‘하는’ 야구를 지웠다.
더 이상 ‘하는’ 야구 말고 ‘보는’ 야구만 남았다.
10.
장비를 팔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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